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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 아리에티 - 언젠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by 누리마루 동산 2023. 7. 4.

 

1. 줄거리

몸이 약한 소년 쇼우는 할머니의 차를 타고 어렸을 적 엄마가 자랐던 집으로 향한다. 길가를 한 대의 차가 가로막고 있자 할머니는 가정부 하루를 찾아 차를 나선다. 쇼우도 잠시 후 차에 내려 주변을 둘러보다 소롯길을 따라 걸어간다. 그러자 눈 앞에 온통 풀에 뒤덮인 오래된 집이 모습을 보인다. 쇼우는 고양이가 덤불 안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신기해하며 다가가는데 갑자기 까마귀가 나타나 고양이와 다투는 모습에 잠시 넋을 잃고 서있는다. 그 때 덤불 속에서 바스럭거리며 잎사귀를 따라 내려오는 형체를 목격하고 쇼우는 깜짝 놀라지만 이내 할머니의 부름을 듣고 집으로 향한다.

 

소년이 떠나간 자리에서 작은 그림자가 슬며시 잎사귀를 걷어내자 10cm 가량의 귀여운 소녀가 모습을 드러낸다. 올해 14살이 된 소인족 아리에티는 호기심이 왕성한 소녀이다. 밖은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매번 부모님께 듣고 있지만 새로운 물건을 구해올 때면 아리에티의 입가엔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엄마가 아리에티의 방에 들어서자 그녀는 방금 주웠던 잎사귀와 꽃을 등 뒤로 숨겨보지만 가려지지 않는다. 엄마의 비밀 생일선물로 하려했지만 들키고말자 아리에티는 엄마에게 향긋한 잎사귀를 선물한다. 엄마가 기뻐하자 아리에티는 밖에서 있었던 일을 신나서 이야기한다. 딸의 들뜬 모습에 엄마는 밖은 위험하니 항상 조심해야한다며 당부의 한 마디를 건넨다.

 

아리에티의 가족은 아빠가 인간의 집에서 빌려오는 물건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그 날 저녁 식사자리에서 아빠는 물건을 빌리러 가는 일에 아리에티를 같이 데려가기로 한다. 엄마는 위험하다며 걱정하지만 아빠는 이제 아리에티도 14살이 되었으니 만일의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며 딸에게 경험을 시켜주기로 한다.

 

아리에티는 준비해 놨던 옷들 중 제일 마음에 드는 빨간드레스를 입고 머리핀까지 장식하고는 설레기 시작한다. 

아빠는 비장한 표정으로 단단히 준비를 마친 채 아리에티와 함께 집을 나선다. 아빠가 설치해놓은 이동장치와 계단 등 이런저런 장치가 가득한 통로를 지나는 아리에티의 얼굴에는 호기심으로 인한 생기가 가득하다. 아리에티는 마루의 틈새에서 옷핀을 발견하고 신나서 아빠의 뒤를 쫓는다. 아빠는 아리에티가 빌리는 첫 물건이라며 축하해준다.

 

이날 빌려오기로 한 물건은 엄마가 부탁한 각설탕과 휴지. 아리에티는 처음 본 인간의 주방을 보고 감탄한다. 아빠가 준비해온 장비들로 각설탕을 솜씨좋게 빌려 챙기는데 성공한다. 아빠가 미리 봐놨던 길로 다른 방으로 들어서자 건너편에 휴지가 보인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곽에서 뽑아내는데 그 모습을 인간 소년에게 들키고 만다. 아리에티는 화들짝 놀라 얼어붙고 소년은 그런 그녀에게 말을 건다.

 

아리에티의 가족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었다. 그것은 인간에게 모습을 들키면 그 집을 떠나 이사해야 한다는 것. 이 집에 대대로 살아오며 인간들은 소인족에게 크나큰 위험이라는 이야기를 항상 들어오고 있었기에 아리에티는 어쩔 줄 몰라한다. 당황하는 바람에 가방에 넣어놨던 각설탕도 바닥에 떨어뜨린 채 아빠와 아리에티는 집으로 돌아온다. 첫 빌리기에 실패해 의기소침해있는 아리에티를 아빠와 엄마가 위로한다. 아빠는 인간 소년이 가족들의 위협이 될지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한다.

 

비가 한바탕 쏟아지는 어느날 아리에티는 집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실망의 기색이 역력한 아리에티는 갑자기 인간이 나타나 무언가를 집 밖에 두고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잠시 시간이 지난 후 나가보니 각설탕 한 조각과 그 밑에 편지가 놓여있었다. 그 모습에 아리에티는 잎사귀 우산을 쓰고 인간을 쫓아가보지만 이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만다. 아리에티는 집 밖에 놓인 각설탕을 주우려다 외면하며 돌아서고 아빠와 엄마에게 각설탕이 밖에 있음을 이야기한다. 아빠는 절대 손대서는 안된다며 아리에티에게 주의를 주고 아리에티는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비가 개어 쨍쨍한 어느날 개미들이 각설탕을 물어가는 것을 보고 뭔가를 결심한 아리에티는 개미들로부터 각설탕을 빼앗고 편지를 펼쳐본다. 거기엔 '잊어버린 것'이라는 단어가 쓰여있었다.

 

인간에게 모습을 들켜서는 안된다는 아빠의 경고에도 아리에티는 개미에게 갉아먹힌 각설탕을 소년에게 돌려준다. 소년은 어릴 적 이 집에 살고 있는 작은 사람들에 대해 엄마에게 들었다며 그녀에게 말을 건다. 모습을 보여 줄 수 없겠냐고 하지만 모습을 들키면 이사를 가야한다는 아빠의 당부에 아리에티는 끝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한다. 소년이 쇼우라고 이름밝히자 아리에티도 자신의 이름을 소년에게 알려준다. 예쁜 이름이라며 기뻐하는 쇼우는 그런 아리에티에 대해 그저 알고싶을 뿐이었다.

 

아리에티가 모습을 드러낼지 말지 고민하는 사이 그녀를 발견한 까마귀가 창문으로 날라와 습격한다. 까마귀는 창문의 방충망에 끼여 발버둥치기 시작하고 아리에티는 잎사귀에 위태롭게 매달려 날아갈 뻔하지만 쇼우가 그런 아리에티를 잡아챈다. 소란에 가정부 하루가 와서 까마귀를 쫓아내고는 무슨 일이냐고 그에게 묻는다. 쇼우는 아리에티를 뒤로 숨기며 그럴듯한 말을 하여 넘어가지만 하루는 의심쩍은 눈초리를 보낸다. 

 

이후 아리에티에게 관심이 더욱 커진 쇼우가 집 안에 있던 인형의 집에 대해 묻자 할머니는 그 인형의 집의 내력을 설명해준다. 증조할아버지가 이 집에 사는 소인들에게 선물하고 싶어 장인들을 불러 제작했고 할머니는 그 중에서도 주방이 꼭 마음에 든다며 소인들을 만나보지 못한 걸 아쉬워한다. 할머니가 그 인형의 집을 쇼우가 가지라고 하자 그는 아리에티의 가족에게 이 집을  선물해주고싶다고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한편 아리에티의 아빠는 인간에게 모습을 들켜 이사를 가야한다며 이사할 곳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더는 인간과 엮어서는 안된다는 아빠의 말에 쇼우에게 서로 상반되는 감정을 느끼는 아리에티. 인간은 위험하지만 쇼우는 다르다는 것을 아리에티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을 만나는 것은 가족 전체를 위험하게 만드는 일이었기에 아리에티는 갈등 끝에 쇼우를 만나 이사를 가야한다는 사실을 그에게 이야기한다. 이때 아리에티의 모습을 처음 본 쇼우는 아름답다며 감탄한다.

 

어느날 아리에티의 집안의 천장이 들리고 주방이 인형의 집의 주방으로 대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 일로 인해 가정부 하루는 소인족의 존재를 눈치채고 쇼우가 그들을 감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결국 하루는 아리에티 가족의 집을 찾아내 그녀의 엄마를 잡아가버리고 만다. 아리에티는 쇼우에게 도움을 청하고 둘은 아리에티의 엄마를 찾아 나선다.

 

심장이 좋지 않아 수술을 며칠밖에 앞두고 있지 않은 쇼우는 달리며 숨가빠하면서도 아리에티를 위해 노력한다. 쇼우는 가정부 하루의 온갖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결국 아리에티의 엄마를 찾아내는데 성공한다.

 

아리에티는 쇼우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엄마를 무사히 구출해내지만 이 일로 이사를 더는 미룰 수 없음을 알게된다.

 

마지막 순간 아리에티는 쇼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쇼우는 아리에티에게 덕분에 살아갈 용기가 생겼다며 답을 한다. 쇼우는 마지막 선물로 각설탕을 주고 아리에티는 자신의 머리핀을 쇼우에게 선물한다.

 

쇼우는 그녀가 가족과 함께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지금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희망이라는 감정을 떠올리며 아리에티에게 감사해한다.  

 

아리에티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집을 떠나게 되었으나 쇼우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앞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한다.

쇼우와 아리에티는 각자의 장소에서 서로의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2. 작품을 보는 내내 느껴지는 조마조마한 긴장감

 

마루 밑 아리에티는 인간과 소인족이라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종족이 나온다. 소인족은 워낙 적은 인구수와 신체적 약점으로 외부에서의 생활이 힘든 상황이다.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간이 사는 집에서 물건을 빌려 생활하고 있지만 그 집에 사는 인간들의 성격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소인족들의 삶은 위태위태하기 그지 없다.

 

14살이 되어 처음 인간의 집을 방문한 아리에티도 처음에는 호기심에 마냥 들떠있는 모습을 보이지만 인간의 존재를 직접 목격하고 나서는 인간들의 위험성을 알아가게 된다. 하지만 소인족들에게 우호적인 착한 심성을 가진 쇼우를 만나 인간들이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며 정신적으로 성장해나간다.

 

하루라는 가정부는 소인족에게 적대적인 대표적인 인간이다. 하루는 이 집에 고용되었던 어린 시절 소인족을 직접 본 적이 있었으며 물건을 훔쳐간다고 생각하며 그들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아리에티의 엄마를 사로잡으며 해충제거 서비스를 부르는 등 소인족들을 소탕할 마음을 먹지만 쇼우가 막아서며 결국 수포로 돌아간다. 

 

하루처럼 소인족에게 적대적인 인간으로 인한 아리에티의 가족의 위기는 작품 내내 긴장감을 선사하지만 쇼우의 도움으로 무사히 갈등은 해소되는 것처럼 보인다.

 

 

3. 결국 양립할 수 없었던 두 종족이지만

 

하지만 결국 아리에티의 가족이 이사를 가게 되었다는 점은 강자에 의해 희생된 약자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다만 희망적인 메시지는 작품의 초반에 나온 쇼우의 독백이다. 쇼우는 작품 서두에 이 집에서 소인족과 살았던 일을 회상하는데 그 사실로 미루어보면 쇼우는 심장수술을 무사히 마쳤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작품의 초반에 등장했던 오래된 집이 아리에티의 가족이 이사를 가고 난 이후인 작품의 제일 마지막 장면에서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쇼우가 무사히 회복하고 아리에티의 가족이 다시 그 집으로 돌아오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언젠가 소인족들이 인간의 집에서 같이 어울려 걱정없이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