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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팀 버튼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영화 ‘가위손(Edward Scissorhands)’은 상업성과 예술성을 모두 갖춘 작품으로,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괴상한 주인공이 나오는 판타지 영화가 아닙니다. 인간의 불완전함, 사회적 소외, 그리고 창조적인 예술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미완성의 미학'이라는 관점에서 가위손을 바라보고, 그 속에 담긴 창조성, 상징성, 그리고 인물 중심의 서사 구조를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창조성: 미완성에서 탄생한 예술
가위손 에드워드는 인간이면서도 완성되지 않은 존재로, 그의 손은 사람의 손이 아니라 금속 가위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 그가 창조된 실험체이며 아직 완전한 인간이 되지 못했다는 상징입니다. 하지만 이 미완성된 신체는 그를 창조적으로 만드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그는 자신의 가위손으로 얼음 조각, 나무 조각, 헤어스타일링 등 다양한 예술작품을 창조하며, 주변 인물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가 창작하는 방식이 기술이나 교육을 통해 배운 것이 아니라, 순수한 감성과 본능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입니다.
팀 버튼 감독은 에드워드의 창작 활동을 통해 예술이란 완전함이나 규칙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결핍과 결함 속에서 탄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실제로 현대 미술계에서도 창조성은 기존의 틀을 깨는 데서 시작됩니다. 피카소, 반 고흐, 바스키아 등 많은 예술가들이 사회적 비주류로서 기존 미학에 도전했고, 이는 에드워드의 상황과 유사합니다.
또한 에드워드의 예술은 사회적 수용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가집니다. 처음에는 동네 사람들로부터 경외와 관심을 받으며 스타가 되지만, 점차 그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이 쌓이며 소외되기 시작합니다. 이는 예술가의 숙명이자, 창조성과 사회 수용성의 불균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팀 버튼 감독은 가위손이라는 미완성된 도구를 통해, 창조성의 본질을 역설적이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상징성: 외형에 담긴 철학
가위손은 상징의 집합체입니다. 에드워드의 외형은 단순히 기괴하고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끝나지 않고, 그가 처한 정체성과 사회와의 괴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그의 창백한 얼굴, 검은 옷, 무표정한 눈빛은 ‘괴물’이나 ‘외톨이’로 비춰지지만, 내면은 누구보다 순수하고 따뜻한 인물입니다. 이러한 대비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이자, 현대 사회에서의 외형 중심 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입니다.
에드워드의 손이 가위로 되어 있다는 점은 ‘창조와 파괴’를 동시에 의미합니다. 그는 아름다운 조각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사람과 손을 잡을 수 없고, 실수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이는 창의성이라는 양날의 검을 상징합니다. 예술과 창작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동시에, 오해와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을 은유합니다.
팀 버튼 감독은 이러한 양면성을 통해 인간 존재와 감정의 복잡함을 서사에 녹여냅니다. 또한 영화의 배경은 몽환적이면서도 통제된 소도시로, 무채색과 원색의 강렬한 대비가 시각적으로 전달됩니다. 이곳은 규칙과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를 상징하며, 그 속에서 튀는 존재인 에드워드는 시스템 밖의 인물입니다. 그의 존재는 사회 시스템이 미완성된 존재를 어떻게 배척하는지를 보여주는 메타포이며, 인간 중심 사회에서 ‘다름’을 어떻게 수용하고 배려해야 하는지를 질문합니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들은 전반적으로 고딕 스타일과 몽환적인 배경, 그리고 이질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상징성을 극대화하는데, ‘가위손’은 그 정점에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영화보다 강렬하게 ‘상징적 이미지’와 ‘내면 세계’를 시각화했기 때문입니다.
인물: 에드워드의 내면과 성장
가위손의 중심 인물인 에드워드는 한 명의 인물이라기보다 하나의 상징적 존재에 가깝습니다. 그는 인간이 되고 싶어 하지만 완성되지 못한 존재로서, 인간성과 비인간성 사이를 방황하는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의 성장서사에 집중하기보다는, 그가 사회와 부딪히는 과정을 통해 인간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둡니다. 에드워드는 사랑을 할 줄 알고, 슬픔을 느끼며, 누군가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감정을 지닌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 감정은 그의 외형 때문에 제대로 표현되지 못하며, 이는 현실 속에서도 겉모습이나 사회적 조건 때문에 오해받는 이들과 연결됩니다.
팀 버튼 감독은 에드워드를 통해 ‘진짜 인간성’이란 무엇인가를 묻습니다. 그것은 육체의 완전함이나 사회적 적응력이 아닌,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에드워드는 자신을 사랑해준 킴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사회에서 사라지는 선택을 합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미완성된 존재가 사회 속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배제되는지를 상징합니다.
그러나 그 희생은 또 다른 형태의 완성, 즉 인간적 가치의 구현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성장을 보여줍니다. 에드워드의 인물 구조는 단순한 주인공이라기보다는, 관객이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거울 같은 존재입니다. 그의 불완전함은 누구나 가진 내면의 결핍을 상징하며, 그의 고독은 현대인의 고독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가위손은 단순한 판타지 영화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과 사회의 민낯을 담은 철학적 텍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위손’은 미완성의 인물이 예술성과 감성을 통해 인간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창조성의 본질, 사회적 상징, 그리고 인간적인 감정의 진정성에 대해 깊은 사유를 이끌어냅니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도 결핍은 존재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창조와 성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가위손은 조용히 말해줍니다. 지금 다시 이 영화를 본다면, 당신도 새로운 시선으로 삶을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