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의 특징
스튜디오 지브리의 거장들이 빠지고 전부 신인들로만 이루어진 제작진이 참여하였다.
바다가 들린다는 젊은 세대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살린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기획한 실험적인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감독을 맡은 모치즈키 토모미는 기존의 스튜디오 지브리의 특징인 환상의 세계나 자연을 주제로 한 교훈적인 내용에서 벗어나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성인이 되어가는 성장 스토리를 이 작품에 담았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작중배경인 코오치의 거리를 실사화하여 구도를 잡고 촬영하는 등의 제작진의 노력으로 마치 실사 영화와 같은 현실감이 느껴지는 것도 특징 중 하나이다. 바다가 들린다는 스튜디오 지브리 최초로 TV에 상영한 애니메이션인데 오후 4시 방영이라는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17.2%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2. 줄거리
도쿄의 대학교에 진학한 모리사키 타쿠는 방학을 맞아 고향 코오치현으로 돌아가는 공항을 향하던 도중 전철의 반대편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한다. 그러나 들어오는 전철에 가로막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비행기에 탑승하게 되고 기내에서 창 밖을 바라보며 2년 전의 여름, 고등학교 때 있었던 추억을 회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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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치현에 살고 있는 모리사키 타쿠는 학교의 진학률이 떨어져 중학교 3학년 수학여행을 취소한다는 통지를 받고 납득하지 못한다. 친구들과 함께 교무실로 몰려가 항의해보지만 남자선생님은 그들을 나무라며 쫓아낸다. 효과가 있었는지 이후 강당에서 납득할 수 있게 설명을 하겠다는 발표가 나지만 불만이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는 교사의 말에 학생들은 눈치만 볼 뿐 나서지 못한다. 타쿠는 잠시 주저하다 손을 들지만 한 발 앞서 누군가 손을 들자 학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먼저 손을 든 사람은 같은 학년의 마츠노 유타카. 타쿠는 유타카와 마음이 맞는 걸 느끼고 그날 이후로 둘은 절친한 사이가 된다.
이후 시간이 흘러 둘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여름방학이 시작된 어느날 타쿠는 내년 수학여행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있는데 유타카의 요청으로 학교로 가게 된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자 교무실에 한 여학생이 교사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타쿠는 무토 리카쿠라는 이름의 전학생을 보고 들떠있는 유타카의 모습을 신기해한다. 이후 유타카가 그녀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타쿠는 괜히 화가 난다. 남자의 겉모습만 보는 여자들의 태도에 절친인 유타카가 상처입을까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리카쿠는 외모와 운동실력 그리고 공부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출중한 능력을 보였으나 남들과 공감하고 어울리지 못해 이내 시기와 질투를 받게 된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하와이로 수학여행을 가게 된 타쿠는 돌연 자신을 부르는 리카쿠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처음으로 리카쿠와 긴 대화를 주고 받게 된 타쿠는 그녀의 쏘는 듯한 말투에 기분이 상하지만 잠시 후 사과하는 그녀를 보고 오해를 풀고 돈을 빌려준다.
수학여행이 끝난 어느날 리카쿠에게 처음 생긴 친구 코하마 유미에게 전화를 받는데 리카쿠가 아빠를 만나러 도쿄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다. 리카쿠는 어떻게든 도쿄로 가야겠다며 떼를 쓰고 멀리 갈 수 없는 유미를 대신해 타쿠가 어쩔 수 없이 그녀와 동행한다. 부모님의 이혼이라는 집안 사정으로 코오치로 전학오게 된 리카쿠는 새로 가정을 차린 아빠와 살고 싶다며 도쿄로 올라왔다며 도쿄행이 처음인 타쿠에게 이것저것 설명해주며 아빠의 집으로 향한다. 리카쿠는 타쿠를 남자친구라며 그녀의 아빠에게 소개하고 리카쿠의 아빠는 잠시 둘이 대화하고 오겠다며 자리를 비운다. 이후 아빠와 재혼한 듯한 여자가 거실로 걸어나오는데 타쿠는 본척도 없이 집을 나서버린다. 잠시후 돌아온 리카쿠의 아빠는 타쿠에게 숙소로 쓸 호텔을 안내해주며 그녀가 빌린 돈을 대신 지불해준다.
호텔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타쿠는 삭막한 가정의 분위기에 리카쿠를 불쌍하게 여기게 된다. 돌연 코오치에서 도쿄로 올라온 타쿠는 엄마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모레 돌아가겠다며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전화를 끊는다. 방 안으로 들어온 리카쿠는 다짜고짜 이 방에 머물겠다는 선언을 하는데 이윽고 타쿠에게 어깨를 기대며 흐느낀다. 잠시 후 진정된 리카코에게 맥주를 권하지만 그녀는 코크하이를 만들어달라며 속사정을 털어놓는다. 코크하이를 연거푸 세 잔이나 마시고 잠든 리카코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타쿠는 욕조에 누워 잠을 청한다.
다음날 기운을 차린 그녀가 누군가와 만날 약속을 했다며 샤워를 해야하니 타쿠에게 잠시 방에서 나가달라고 한다. 밖으로 나온 타쿠는 도쿄의 거리를 거닐며 도쿄로 진학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타쿠는 리카쿠의 전화를 받고 그녀의 약속장소로 나가는데 그녀의 이전 남자친구였던 남학생과 리카쿠의 대화를 듣다가 못 참고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이후로 리카코는 다시 타쿠를 무시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점점 더 학급에서 소외되기 시작한다. 더운 여름날 유타카는 리카코에게 고백했다가 심한 소리를 듣고 거절당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친우인 유타카를 대하는 리카코의 태도에 화가난 타쿠는 리카코의 반에 그녀와 심하게 다툰다. 학예제에 참가하지 않는 리카코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여학생들 무리에 둘러쌓인 리카코를 발견한 타쿠는 잠자코 그들의 대화를 듣는다. 이후 여학생들이 자리를 떠난 후 타쿠와 리카코는 대화를 나누는데 돌연 리카코는 타쿠의 뺨을 때리고 울며 그 자리를 벗어난다. 그 장면을 유타카가 우연히 발견하고 타쿠는 그에게 방금 전 있었던 일을 설명하지만 그에게 주먹을 맞고 쓰러진다. 그 날 이후로 타쿠와 유타카는 한 마디도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졸업을 하게 된다.
시간은 다시 흘러 현재. 공항에 도착한 타쿠는 그의 앞에 선 차량 안에서 낯익은 얼굴을 보게 된다. 마중나온 유타카와 오랜만에 해후한 타쿠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학예제 때 때렸던 일을 사과하는 유타카에게 타쿠는 잠시 같이 걷자고 이야기하고 오해를 푼 둘은 내일 있을 동창회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타쿠는 한 여동창으로부터 리카코가 도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얘기한 소식을 듣는다. 성대한 동창회가 끝나고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코오치성에 들른 타쿠는 수학여행 때 리카코와 있었던 대화를 상기한다.
다시 도쿄에 상경한 타쿠는 학교로 가는 방면의 전철 승강장에 들어서는데 반대편에서 한 사람을 발견하고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 타쿠는 반대편 승강장으로 달려가보지만 전철은 곧 떠나버리고 사람의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떠난 전철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뒤에서 한 여성이 나타난다. 서로 마주보자 타쿠는 반가움에 웃음짓고 그녀는 타쿠에게 웃으며 꾸벅 인사를 건넨다. 바람이 불어와 살랑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고 간다.
3. 평가
기존의 스튜디오 지브리의 틀에서 벗어난 애니메이션, 바다가들린다는 호평과 함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극히 실사적인 스토리와 묘사가 마음에 들지않는 작품이라는 평을 남겼는데 추후 바다가들린다의 제작진이 모인 자리에서 스튜디오 지브리의 PD 스즈키 토시오가 이야기하길 미야자키 감독이 만들 수 없는 젊음이 담긴 작품이었기에 인정하기 싫었다고 한다. 또한 이 작품에 대한 미야자키 감독의 반발로써 로맨스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을 제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바다가 들린다는 당시 10대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호평을 받았고 실사화한 배경구도, 설레는 스토리와 특유의 캐릭터 묘사로 인해 시간이 지나도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