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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의 묘 - 논란의 중심에 선 역대 영화사에 남을 명작

by 누리마루 동산 2023. 7. 18.

 

1. 작품의 개요

 

반딧불이의 묘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타카하다 이사오가 감독을 맡아 1988년에 일본에서 방영한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상영시간은 89분이며 도호에서 배급하였고 일본에서 5억 9천만 엔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였다.

 

원작은 같은 제목의 소설이며 1967년에 소설가 노사카 아키유키가 본인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잡지에 게재한 자전적인 성향의 작품이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의 태평양 전쟁을 겪는 세이타, 세츠코 두 남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988년에 방영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영화 반딧불이의 묘는 작품의 완성도와 연출로만 따졌을 때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뛰어넘어 세계의 애니메이션 역사에 남을만한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내용과 묘사가 논란이 되어 한국에서는 크게 이목을 끌지 못했다. 

 

세계의 영화 평론가들이 선정하는 죽기 전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에 수록되기도 하였다.

 

2. 논란 및 비판

 

 

영화 반딧불이의 묘는 전쟁을 겪는 세이타, 세츠코 두 남매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적국의 공습으로 피난생활을 하며 두 남매가 겪는 고난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지만 이 작품은 여러모로 논란과 비난을 겪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전쟁의 가해자인 일본이 피해자인 양 묘사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14세의 소년인 세이타와 4세의 여아 세츠코는 피난 생활 도중 해군의 장교인 아버지와 연락이 두절되고 공습에 피폭되어 부상을 입은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 졸지에 고아가 되고 만다.

 

친척 아주머니의 집에 얹혀 살게 된 초반에는 세이타가 가져온 고급스러운 보급품 등으로 좋은 대우를 받지만 길어지는 식객 생활에 점점 친척 아주머니의 눈총을 받으며 불편한 생활을 하게 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줄 모르고 울며 엄마를 찾는 여동생 세츠코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짠하게 만든다.

이런 두 남매의 안타까운 모습은 동정을 사야 마땅하지만 일본이 2차 세계 대전의 가해자인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마냥 좋게 볼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감독인 타카하다 이사오는 이런 논란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당시 일본의 전범 행위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일본 국민들의 책임회피의식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점을 여러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 한 바 있다.

 

 

두번째 논란은 세이타의 허영심이다.

 

해군 장교인 아버지 덕분에 유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던 세이타 남매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무엇하나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으나 전쟁이 발발하고 아버지의 소식이 끊겨버리자 갑작스럽게 험한 세상에 홀로 내팽개쳐지고 만다.

 

이어 어머니마저 여의고 친척 집에 얹혀 사는 동안 세이타는 생산적인 활동을 일체 하지 않는다.

당시 14세의 남자라면 무슨 일이라도 해서 살림에 보탬이 되라는 친척 아주머니의 조언을 무시하고 집에서 빈둥빈둥 만화책을 보는데 그 모습을 좋게 보아줄 수 없는 아주머니의 잔소리가 세이타는 그저 듣기 싫을 뿐이었다.

 

결국에 아주머니는 두 남매에게  쌀밥 대신 죽을 주는데 계속되는 굶주림과 여동생 세츠코의 투정에 세이타는 친척집을 나갈 결심을 하게 된다.

 

두 남매는 호수가에 위치한 방공호를 집으로 삼고 반딧불이를 보며 즐거워하는 등 얼마 동안은 집안에 저축해놨던 돈으로 즐겁게 생활하지만 얼마 안가 동이 나버리자 개구리를 잡아 먹는 등 다시금 굶주리는 빈곤한 삶을 살게 된다.

 

벌레에 물려 온갖 두드러기와 반점이 돋아나고 영양실조로 점점 말라가는 여동생을 보고도 세이타는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다. 공습 시기에 비어있는 집을 돌아다니며 도둑질을 일삼으며 근근이 살아가지만 제대로 된 의식주를 갖추지 못한 생활이 이어지자 연약한 어린아이인 4살의 여동생 세츠코는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만다.

 

어떠한 생활기반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자존심만을 내세워 친척집을 뛰쳐 나온 것은 세츠코를 죽음으로 몰고간 세이타의 어리석고 미숙한 판단이었다. 어린 세츠코의 투정이 있었다고 하지만 당시 충분히 가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세이타는 어려움에 처했다는 위기감 조차 느끼지 못해 여동생을 위험한 상황에 노출시키고 만다.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서 세이타는 세츠코를 떠나보낸 후 역사에서 노숙을 하다가 아사하고 마는데 그 지경에 이르게 된 것 또한 제대로 된 경제생활을 이어나가지 않은 세이타의 허영심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3. 작품성

 

 

여담으로 이 작품의 포스터를 보면 반딧불이로 보이는 불빛과 함께 어두운 하늘에서 쏟아지는 전투기의 포격이 밝게 웃고 있는 세츠코의 모습과 어우러져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반딧불이의 묘는 숱한 논란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작품성만 따지면 영화사에 남을 만한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의 평론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무려 100%의 지수를 달성하였고 영국의 영화 협회에서 발간한 잡지인 사이트 앤 사운드에서 선정한 역대 최고의 영화에도 올라갔을 만큼 서양에서 격찬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네이버 평점 6.7점을 받는 등 타카하다 이사오 감독의 진정한 메시지를 파악한 팬들은 이 작품에 높은 평점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