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목의 유래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인 붉은 돼지는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부르는 별명이다. 주인공인 돼지는 포르코 로쏘(Porco Rosso)라고 불리는데 포르코 로쏘는 이탈리아어로 빨간 돼지라는 뜻이다.
일본 제목으로는 紅の豚(쿠레나이 노 부타=붉은 돼지)인데, 붉은 색을 나타내는 단어는 赤(붉을 적)자도 있지만 보다 선명한 붉은 색을 표현하기 위해 핏빛이 도는 선홍색의 紅(붉을 홍)자를 쓰게 된 것이다.
해외에서의 제목은 영어판의 경우 일반적인 빨간색인 Red가 아니라 Crimson(진홍색)을 쓴 Crimson Pig이며 비영어판의 제목은 Porco Rosso이다.
2. 줄거리
암반에 둘러쌓인 해안가의 아지트에서 한 마리의 돼지가 느긋한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이탈리아의 제노바 출신으로 한때 1차 세계대전에 참여했던 베테랑 파일럿인 그의 이름은 마르코 파고트, 세간에서는 포르코 로쏘(붉은 돼지)로 불리고 있다.
세상에 모든 관심을 꺼 버린 그의 유일한 낙이자 생계수단은 비행이다. 하늘을 누비는 뛰어난 조종술 덕분에 그가 타는 붉은 색의 비행기가 떴다하면 하늘의 도적단인 공적(空敵)들은 치를 떨기 일쑤였다. 업계에서 알아주는 악명높은 현상금 사냥꾼 포르코는 비행이 없는 날이면 이렇게 와인을 홀짝이며 시간을 때우곤 했다.
잡지를 덮고 자고 있는 포르코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공적단이 출현해 여객선을 습격하고 어린 아이들을 납치해갔으니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포르코는 높은 보수를 요청하곤 군말없이 공적소탕임무를 수락한다.
맘마유토단은 이 근방의 대표적인 공적단이다. 선박을 습격하고 약탈하는 것이 유일한 생계수단인 그들은 한 여객선을 노려 약탈품과 함께 어린아이들을 납치하는데 성공하지만 곧 후회하게 된다.
천방지축 비행선 내에서 날뛰는 아이들을 잠재우는데 필사적인 맘마유토단의 보스는 귀중한 인질이니 아이들을 다치게 해서는 안된다며 선원들에게 신신당부한다. 아이들은 납치된 상황이 재밌는지 깔깔거리며 비행기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바빴다.
포르코는 온통 붉은 색으로 도장된 그의 비행기를 타고 수색을 시작하는데 곧 목표를 포착하고 다가간다.
포르코에게 습격당한 맘마유토단의 비행선은 곧 물가에 불시작하고 만다. 납치당한 어린아이들은 바다로 풍덩풍덩 뛰어드는데 맘마유토단의 보스가 깜짝놀라 위험하다고 외치자 자신들은 수영부라 괜찮다며 재잘거리며 퇴장한다.
자신의 비행기에 아이들이 올라타고 이곳저곳을 탐험하기 시작하자 포르코는 정신이 어질어질해지기 시작하지만 성공적으로 아이들을 구출하는데 성공한다.
이후 맘마유토단은 거듭되는 포르코의 방해에 대항하고자 공적연합을 만들고 실력이 뛰어난 미국의 조종사인 커티스 도날드를 용병으로 고용한다. 자신의 비행기의 한계가 다가온 것을 느낀 포르코는 정비를 위해 밀라노로 향하는데 도중에 커티스에게 공격당해 격추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무사히 아지트에 돌아오는 데 성공한다.
커티스가 포르코의 붉은 비행기의 부품을 가져오며 격추하는데 성공했다고 떠들고 다닌다. 그 소식에 한껏 고양된 공적연합은 유명한 호텔 아드리아노에서 승리를 자축한다. 호텔 아드리아노의 오너인 지나는 포르코의 옛 동료이다. 커티스의 의기양양한 모습에 포르코를 걱정하고 있는데 그녀에게 걸려온 전화를 통해 그가 무사함을 확인한다. 지나는 포르코에게 위험한 일에 엮이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는 날지 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라며 그녀의 걱정을 일축한다.
포르코는 고장난 엔진으로 겨우겨우 버텨가며 자신의 단골 정비소 피콜로사에 도착한다. 현금만 받는 것이 신조인 정비소의 사장 피콜로는 포르코의 비자금마저 털어가며 그의 비행기를 수리해주기로 한다.
피콜로가 자신의 손녀 피오에게 비행기의 설계를 맡기자 포르코가 펄쩍 뛰며 반대하지만 당찬 피오의 반박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수긍한다. 피콜로 가의 남자들이 모두 돈을 벌러 가는 바람에 여자들이 비행기의 수리를 맡게 되는데 피오의 지휘 하에 여성들은 역할을 분담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착실히 정비를 수행해나간다.
비행기의 정비를 마친 포르코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피오에게 거리를 두려하지만, 밝은 성격의 소유자인 그녀는 막무가내로 포르코를 따라가기로 한다.
포르코는 자신의 붉은 비행기의 성능이 몇 단계는 향상되었음을 느끼며 감탄하며 아지트로 돌아온다.
하지만 아지트에서 포르코를 기다리는 건 완전무장한 맘마유토단의 패거리들이었다. 평소 포르코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났던 그들은 이번 기회에 그를 끝장내려하지만 젊은 여성인 피오의 갑작스런 출현에 당황하고 만다.
피오는 맘마유토단의 보스에게 포르코와의 마지막 결전을 제안한다. 그녀가 이 내기에 자신을 상금으로 걸 것이며 만약 포르코가 이기면 비행기 수리대금을 청구하겠다고 승부를 요청하자 그녀가 마음에 들었던 보스는 제안을 받아들이며 며칠 뒤 공적연합의 참석 하에 대회를 열 것을 선언한다.
마지막 결전을 앞둔 저녁날 밤, 피오가 잠에 들지 못하자 포르코는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전쟁에서 동료를 잃고 구사일생으로 혼자만 살아남은 그는 좋은 놈들은 다 죽는다며 한탄하지만 피오는 당신은 역시 좋은 사람이라며 키스를 해주고는 잠에 든다.
다음날 맘마유토단은 포르코와 커티스의 대결을 빙자하여 성대한 축제를 벌인다. 맘마유토단은 공적연합과 함께 둘의 결투를 보러 온 관광객들을 상대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대결이 시작하기 전에 상금으로 걸린 피오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다.
잠시 후 맘마유토단의 보스의 결투선언으로 포르코와 커티스의 마지막 승부가 시작된다. 둘은 꼬리를 물고 물리며 치열한 전투를 벌이지만 결국 공중에서 승부를 내지 못한 채 지상으로 내려와 주먹다짐을 하게 된다.
둘은 얼굴이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서로 주먹을 주고 받다가 동시에 넉다운 되고 만다.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승자가 되게 된 시점에서, 피오의 응원을 받은 포르코는 간신히 몸을 일으킨다. 엉망진창이 된 포르코를 얼싸안고 피오는 승리의 기쁨을 만끽한다.
세월이 흘러 맘마유토단은 일선에서 은퇴하여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피콜로사를 물려받은 피오는 호텔 아드리아노의 오너인 지나와 가까운 친구 사이가 되었다. 마지막 결투 이후 붉은 비행기를 탄 포르코의 행방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3.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작품
붉은 돼지를 맡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평소에 비행기와 유럽을 굉장히 좋아했으며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로망을 원없이 표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본가가 항공기 산업에 관련되어 있었기에 붉은 돼지는 어릴 때부터 하늘을 나는 것을 동경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꿈이 담긴 작품이다.
대중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기에 다소 매니악한 관객층에게 인기를 끌었으며 2003년에 개봉한 이 작품은 한국에서 37,960명의 관객을 동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