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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유어 마크 - 인간의 자유를 향한 의지

by 누리마루 동산 2023. 6. 26.

 

1. 작품 제작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

 
온 유어 마크는 1995년에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제작한 7분 가량의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당시 일본에서 유명했던 2인조 밴드인 CHAGE and ASKA의 멤버 아스카가 본인들의 노래 '온 유어 마크'를 홍보할 영상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고 또 다른 멤버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열혈팬 차게가 받아들여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게 적극 의뢰한 끝에 이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당시엔 차게와 아스카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보다 유명하여 PD였던 스즈키 토시오는 이 2인조 밴드의 유명세 덕을 볼 생각이었다고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 당시 애니메이션 모노노케히메를 제작 중이었으나 슬럼프를 겪고 있어 제작진행에 난황을 겪고 있었기에 이 작품을 맡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온 유어 마크를 만들면서 영감을 받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부족했던 기존의 스토리를 보완하여 지금의 모노노케히메의 스토리를 완성하였다고 한다.
온 유어 마크는 이전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SF적인 성향이 짙으며 하나의 결말이 아닌 멀티 엔딩이 들어감과 동시에 미야자키 감독의 공통적인 주제까지 녹아든 수작으로 평가된다.
미야자키 감독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 영감을 얻어 훗날 지구가 방사능에 오염될 지도 모른다는 설정으로 이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되었는데 이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실제로 일어나면서 큰 이슈가 되었었다.
이 작품에서는 대사가 나오지 않아 등장인물의 이름을 알 수 없다는 것도 특징 중에 하나이다.
 
 

2. 줄거리

 

대사가 등장하지 않으므로 보는 사람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추측할 수 있는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먼 미래, 대기 중에 퍼진 방사능에 의해 인간들은 지하의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푸른 초원이 펼쳐진 지상에는 방사능을 경고하는 표지판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으며 원자력 발전소와 비슷한 검은색의 건물이 버려져 있었다.
건물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으로 환한 지하도시에서 경찰들이 사이비 광신도들의 건물을 습격한다. 이내 건물의 유리창을 뚫고 들어온 경찰과 광신도들 간의 총격전이 펼쳐진다. 경찰들은 맹렬한 저항을 받으며 건물의 내부로 침투해 들어가고 쓰러진 광신도들의 얼굴을 확인하며 수색을 펼친다. 어느 방에 도착하여 수색을 펼치던 중 두 명의 경찰이 구석에 쓰러진 소녀를 발견한다. 날개가 달려있는 소녀의 얼굴을 확인하고 두 명의 경찰들은 그녀를 데리고 탈출한다. 푸른 초원이 펼쳐진 도로 위를 세 명을 태운 차량이 달려나간다. 한 경찰이 소녀를 부축하여 그녀를 하늘로 올려주고 이윽고 날개를 펼친 그녀는 그 경찰의 손 끝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날아간다.
 
 

화면은 다시 두 경찰이 소녀를 발견하는 장면으로 돌아간다. 소녀의 얼굴을 확인한 두 경찰은 그녀를 안아들고 건물 밖으로 달려나간다. 잠시 발걸음을 멈춘 사이 한 경찰은 그녀에게 물을 먹여주고 곧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그녀를 들것에 태워 헬기로 데려간다. 멀어져가는 헬기를 말없이 바라보는 두 사람. 카페에서 마실 것을 시켜놓고 한 경찰은 생각에 잠긴다.
그리곤 소녀에게 물을 먹여줬을 때 그녀가 정신을 차렸음을 기억해내고 구출계획을 세운다. 어떠한 장치를 만들고나서 두 경찰은 방호복을 입은 채 연구소로 침입한다. 방호복을 입은 연구원들을 제압한 뒤 둘은 장치를 작동시켜 소녀를 구속하고 있는 전파를 해제하고 그녀를 데리고 중장비에 탑승해 탈출을 감행한다. 지하세계에서 지상으로 연결된 고가도로를 중장비로 달리는 세 사람. 경찰 헬기들이 그 뒤를 맹렬히 추격하고 이윽고 고가도로에 부딪혀 도로는 붕괴하고 세 명을 태운 차량은 추락한다. 추락하던 와중 한 경찰은 소녀를 일으켜 그녀를 날려보내려 하지만 소녀는 그의 손을 잡은 채 놓지 않고 세 명은 차량과 함께 지하세계로 떨어진다. 
 
 
화면은 다시 둘이 소녀를 발견한 방으로 돌아간다. 살포시 웃고 있는 소녀는 날개를 펼치며 하늘로 떠오르는데 두 날개에서 시릴 듯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 둘은 중장비에 소녀를 태운 채 지상세계로 향하는 고가도로를 달려가고 경찰헬기와 충돌하여 도로는 붕괴하지만 중장비에서 빛이 나며 날아간다. 날아가던 중장비는 건물에 부딪히고 두 경찰은 소녀를 데리고 차량으로 터널을 탈출한다. 지상세계로 이어지는 듯한 터널을 지나는 동안 태양광 주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음 등의 경고 표지판이 나온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드넓은 푸른 초원이 펼쳐지고 저 멀리 원자력발전소가 보임과 동시에 극히 위험이라는 경고 안내판이 나온다. 원자력 발전소 근처에는 이전에 주민들이 살던 집들이 늘어서 있다. 한 경찰은 소녀를 격려하며 그녀를 공중에 띄워주고 잠시 그의 손을 잡고 날던 소녀는 둘에게 웃음짓는다. 한 경찰은 그녀에게 찡긋 윙크를 하고 다른 경찰은 그녀의 손바닥에 입을 맞춰준다. 이윽고 완전히 하늘을 날게 된 소녀는 선선한 바람을 가로지르며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경찰들은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소녀는 구름 위로 날아가고 경찰들을 태운 차는 푸른 초원에 멈춰서며 끝난다.
 

 

3. 개인적인 결말 해석

 
애니메이션 온 유어 마크에는 대사가 등장하지 않으므로 주제와 결말에 관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다음은 개인적으로 생각해본 온 유어 마크에 대한 결말이다.
날개를 가졌음에도 자유로이 날지 못하는 소녀는 지상세계와 격리된 깊은 지하세계의 건물에 갇혀 있는데
소녀는 현 집권체제의 세력에 의해 억압된 인간의 자유를 향한 의지를 상징하고 있으며
탈출하는 그들을 공격하는 경찰과 터널 바깥의 외부세계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위협적인 표지판, 지상세계에 방사능이 펼쳐져있다는 이야기 등 온갖 방해물들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결국 두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날아오르는 소녀의 모습에서 자유를 향한 인간의 의지는 결코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온 유어 마크는 6분 48초의 대사가 없는 짧은 애니메이션이지만 그만큼 시청자의 상상을 자극하기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작이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