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의 개요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영화, 추억은 방울방울은 타카하다 이사오가 감독을 맡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제작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1991년에 일본에서 개봉한 이 작품은 27살의 여주인공이 휴가를 내어 시골로 향하던 중 문득 생각난 어린 시절의 일들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10살의 초등학교 5학년 소녀 타에코가 일상 곳곳에서 겪는 잔잔한 에피소드는 어른이 된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웃음짓게 만들었는데 어린이들의 순수한 심리를 표현하는데 능한 타카하다 이사오 감독의 능력을 엿볼 수 있다.
농촌에 홍화를 따러 가는 체험을 하러 가기 위해 기차에 탄 27살의 타에코는 어린 시절 특별한 추억은 없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초등학교 5학년 시절의 일상생활이 자꾸만 떠오른다.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시골로 떠나는 친구들이 부러워서 부모님께 시골로 놀러가자고 졸라보지만 도쿄 토박이인 타에코의 가족이었기에 근처의 온천으로 놀러갔다가 탕의 열기에 졸도했던 사건, 야채는 먹을 수 있지만 우유는 싫어하는 짝궁과 급식 대신 먹어주기를 했던 사건, 야구를 잘하는 남자아이와 사귈뻔 한 사건 등등.
어느날 아빠가 처음으로 사온 생 파인애플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 묵혀뒀다가 큰 언니가 손질방법을 배워와 같이 먹었지만 맛이 없었던 기억.
학교에서 했던 연극에서 대사가 몇 마디밖에 없는 조연을 맡았지만 연기력을 인정받아 대학교에 다니는 어떤 오빠에게 연극 출연요청을 받았던 것과 성교육시간에 발생한 해프닝으로 남자아이들과 한바탕 소동을 피웠던 일들.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과거를 회상하는 타에코.
한창 몸과 마음이 성장해가는 시기였던 초등학교 5학년 시절과 직장인으로써 커리어를 쌓고난 이후의 선택을 찾는 지금이 마치 나비가 되기 위해 번데기가 되는 과정처럼 비슷해 그 때의 일들이 계속 떠오르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기차역에 타에코를 데리러 온 청년 토시오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둘은 농사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을 주고 받는다. 열흘이라는 휴가 기간동안 즐겁게 농사일을 돕는 타에코를 토시오의 가족들이 마음에 들어하고 그녀에게 살갑게 대해준다.
그러다 휴가가 끝나는 마지막날, 토시오의 할머니는 타에코에게 여기에 정착해 살면 어떻겠냐고 물어보며 손자 토시오와 결혼해주기를 요청한다. 타에코는 망설이며 대답을 하지 못하다가 비가 오는 집 밖으로 뛰쳐나간다.
시골 생활을 동경해 직접 체험까지 하러 왔지만 자신이 진심으로 농사를 좋아하는지를 몰라서 타에코는 혼란스러워한다.
토시오가 집으로 향하던 중 타에코를 발견하고 차 안에서 둘은 마음 속에 있던 이야기를 나눈다.
복잡한 심경을 이야기하는 타에코를 토시오는 담담하지만 특유의 웃음을 잊지 않은 채 격려해주고 어른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기 위해 집으로 향한다.
마중나온 토시오의 가족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도쿄로 상경하는 기차에 올라탄 타에코는 마음 속에 무언가 새로운 감정이 싹트고 있음을 깨닫는다. 문득 토시오와의 미래를 꿈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타에코는 다급하게 기차역에서 내려 반대편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탄다.
그런 그녀를 10살의 타에코와 반 친구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바라보고 있다. 기차에서 내린 타에코는 토시오의 가족을 찾아보지만 보이지 않자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이윽고 다시 차를 끌고 마중나온 토시오와 함께 타에코가 손을 잡고 걸어가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그 뒤를 해맑은 표정의 반 친구들이 따르고 있다. 둘의 미래를 축하라도 하듯이.
3. 제작 비화
영화 추억은 방울방울에는 재미난 제작 비화가 있다. 이 작품을 제작하기 이전, 스튜디오 지브리는 마녀 배달부 키키의 흥행에 크게 성공하여 다음 작품을 검토하고 있었다.
당시 음향감독을 맡고 있었던 시바 시게하루가 가져온 작품인 추억의 방울방울은 기획 검토 중에 있었는데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 작품을 타카하다 이사오에게 맡겨보자며 프로듀서인 스즈키 토시오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타카하다 이사오가 감독을 맡았던 영화 반딧불이의 묘는 방영 일정에 작업속도를 맞추지 못해 몇몇 장면에 채색을 하지 않고 개봉하여 미완성작품이라는 오명을 쓴 상태였다. 세간의 평가와는 별개로 미완성작품을 만들었다는 초유의 사태로 타카하다 이사오의 평판이 곤두박질 친 상황이었는데 그의 재능이 사장되는 것이 안타까웠던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런 제안을 한 것이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총괄 프로듀서였던 스즈키 토시오도 이런 의견에 동의하여 타카하다 이사오에게 작품을 제안했지만 꼼꼼한 그의 성격 상 이런저런 트집을 잡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스즈키 토시오의 계속되는 설득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없자 어느날 미야자키 감독이 동행하여 타카하다 이사오에게 작품을 맡아달라고 요청하지만 번번이 의견이 충돌하자 미야자키 하야오는 펄펄 뛰며 분노를 터뜨리며 돌아갔다고 한다.
그의 분노에 자극받은 타카하다 이사오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어른이 된 타에코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내용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며 이 작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자 스즈키 토시오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전화를 걸어 이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타카하다 이사오가 추억은 방울방울을 맡겠다는 소식을 듣자 미야자키 하야오는 무게잡지 말고 진작 맡았으면 좋았을걸이라고 분이 풀리지 않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며 스즈키 토시오가 제작 비화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