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의 개요
추억의 마니는 2014년에 일본에서 방영한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마루 밑 아리에티를 맡았던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이 감독을 맡았다. 원작은 영국작가 조안 G. 로빈슨의 소설 "When Marnie was there, 거기에 마니가 있었다." 이다.
2016년에 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부문 후보로 오른 적이 있다.
한국에서 조안 G. 로빈슨의 원작소설을 추억의 마니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이 출간되였다.
2. 줄거리
밝게 빛나는 푸른 빛의 눈동자를 가진 안나는 그림을 잘 그리지만 좀처럼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소녀이다. 이 세계에는 마법의 고리가 존재하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자신은 고리 바깥의 존재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천식을 앓고 있는 그녀는 남들과는 다른 자신의 모습을 경멸하다가 감정이 격해져 놀이터에서 호흡 곤란으로 쓰러지고 만다.
의붓 어머니인 요리코는 의사로부터 큰 문제는 없으니 안심하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때 병문안을 온 친구들이 안나의 가방을 전해주러 오자 요리코는 친구들에게 학교에서의 안나는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본다. 그 때 배려심 많은 한 친구가 자신들이 너무 소란스러울 뿐이지 안나는 조용히 잘 지내고 있다며 요리코를 안심시키려 하지만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게된 딸의 변한 모습에 그녀는 걱정되기 시작한다.
요리코는 시골에 살고 있는 지인의 집에 잠시 안나를 보내기로 한다. 지금 머물고 있는 도심지 삿포로 보다는 공기가 좋은 곳에서 지내는 것이 건강 회복에 더 좋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사람들과 어울려 조금 더 밝은 모습으로 기운을 차려주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전철역에 마중나온 요리코의 지인 키요마사, 세츠 부부는 안나에게 스스럼없이 대한다. 오는 길에 한 건물을 발견한 안나는 그 건물에 대해 물어보고 키요마사 이모부는 사일로(곡물 저장소)인데 버려진지 한참 되어 유령이 나온다는 얘기를 하고 세츠 이모는 겁주지 말라며 그런 남편을 나무란다.
독립한 딸의 방을 내어주며 여러모로 친절을 베푸는 둘을 보고 안나는 거북함을 느낀다. 요리코에게 편지를 부치러 우체국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습지의 건너편에 있는 저택을 보게 된다. 저택을 알고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어 한참을 바라보다가 물이 빠진 습지를 지나 그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사람의 손길이 한참 닿지 않은 듯한 저택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정원을 지나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중, 2층의 파란 창문이 나 있는 방을 한참 쳐다보다가 안나는 자신도 모르게 깊은 잠에 들고 만다.
눈을 떠보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저택으로 들어올 땐 물이 빠졌던 길이 밀물로 인해 완전히 바닷물로 잠겨있었다.
반대편으로 건너갈 방법을 찾지 못해 안나가 발을 동동거리고 있는데, 무뚝뚝한 표정의 나이든 뱃사공이 다가와 안나를 배에 태워준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던 중 깜깜해진 저택을 보고 있는데 2층의 방에 불이 켜지는 것을 보고 안나는 깜짝 놀란다. 눈을 깜빡이자 저택이 어두컴컴한 상태 그대로인 것을 보고는 이상하게 여긴다.
그날 이후 안나는 습지 저택에 크게 관심이 생긴다. 저택을 향해 걷다가 2층의 파란 창문이 난 방에서 금발 소녀의 머리칼을 누군가 빗어주는 모습을 꿈 속에서 종종 보게 된다.
어느날 안나는 마을에서 열린 야간축제에 참여하지만 동네 아이들과도 어울리지 못한 채 그들에게 험한 말을 뱉고는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난다. 심란한 마음을 추스르며 도착한 곳은 저택이 보이는 후미(해안가의 움푹 들어간 지형). 안나는 저택을 바라보다 돌아서려는데 촛불이 켜진 나룻배가 정박해있음을 알고는 자신도 모르게 배를 타고 저택을 향한다.
서투르게 노를 저어 습지 저택에 거의 도착할 무렵, 노가 말을 듣지 않아 부딪힐 위험에 처하지만 저택에서 금발의 소녀가 나와 밧줄로 배를 묶어준다. 꿈 속에서 보았던 그 소녀임을 알고 안나는 그녀에게 묘한 끌림을 느끼게 된다. 예쁜 푸른 눈동자를 가진 금발의 소녀는 안나에게 친구가 되길 요청하고 그녀를 저택의 반대편으로 데려다준다.
이후 안나와 소녀는 해가 질 무렵마다 만나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된다. 마니라고 이름을 소개한 소녀와 왠지 마음이 잘 맞는 것을 느낀 안나는 마니가 초대한 파티에 가게 된다. 온통 정장과 드레스를 화려하게 차려입은 남녀들의 모습에 기가 죽어있는데 마니가 그녀를 부모님께 소개한다. 파티에서 마니가 한 남자에게 댄스를 요청받아 즐겁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안나는 괜한 질투를 느낀다.
파티장을 나와 있는 안나. 마니는 그런 안나의 마음을 풀어주려 같이 춤을 추게 되고 마니가 부르는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안나는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이후 조금씩 밝은 모습을 찾아가는 안나의 모습에 세츠이모는 안도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낮잠에서 깬 안나는 자신의 품안에 그려진 마니의 그림을 보다가 문득 그녀를 잊을 뻔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습지 저택으로 향한다. 비가 내리는 날 밤, 저택을 둘러보지만 불빛 한 점 없는 저택에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길 약 일주일여. 해안가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이든 여성을 발견한 안나는 그 옆에 앉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여성이 안나의 그림에 관심을 가지며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히사코라는 이름의 여성은 습지 저택에 새로운 주인이 생겨 보수공사를 마치기 전에 그려놓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깜짝 놀란 안나는 저택으로 달려가고 2층의 파란 창문이 나있는 방에서 안경을 낀 여자아이와 눈을 마주친다.
여자아이는 안나를 보고 네가 마니냐며 묻고 안나는 마니의 이름을 아는 여자아이를 의아해한다.
여자아이의 이름은 사야카. 사야카는 이 방에서 일기를 발견했는데 안나가 항상 자신의 방을 쳐다보고 있고 마니라는 이름을 듣고 멈칫하길래 분명 안나가 일기장을 찾으러 온 마니일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사아캬가 건네준 일기를 보던 안나는 마니는 자신의 공상이 만들어낸 인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날밤, 안나는 습지 저택에서 마니와 오랜만에 만나게 된다. 안나와 마니는 감격의 해후를 마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데 서로에게 남들에게는 말 못할 마음의 상처가 있음을 알게 되고 보듬어준다. 마니가 어릴 적 집사인 할멈이나 가정부인 쌍둥이 언니들에게 몹시 괴롭힘 받았음을 알고는 안나는 마니의 아픔을 씻어내주고자 한다.
쌍둥이 자매가 마니를 억지로 이끌고 겁을 주려 사일로에 가두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안나는 마니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같이 사일로로 향한다. 세차게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천둥이 내리치자 마니는 잔뜩 겁을 먹고 웅크린다. 마니는 두려움에 떨며 안나에게 기대고 안나는 그런 마니를 격려하며 꼭 끌어안는다. 마니가 안도하며 잠들자 안나도 눈을 감고 꿈을 꾸게 된다. 꿈 속에서 안나는 자신을 보듬는 손길과 함께 그리운 느낌의 노랫소리를 듣다가 잠에서 깬다.
눈을 뜬 안나는 웅크려 울고 있는 마니에게 파티에서 그녀에게 춤을 요청했던 남자가 코트를 덮어주려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마니는 카즈히코라는 그 남자의 이름을 부르며 안겨들고 남자는 마니에게 코트를 덮어주며 사일로를 빠져나간다.
잠시 후 눈을 뜬 안나는 사일로에 아무도 없는 모습을 보고 마니를 찾지만 누구도 대답하지 않는다.
안나는 마니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고 옛날 아픈 기억들이 떠올라 울면서 빗속을 뛰쳐나간다.
그 시각 사야카는 일기의 뜯긴 뒷부분을 읽다가 카즈히코라는 이름이 계속 등장하자 의문을 품는데 이내 사일로라는 장소가 나오자 오빠와 함께 그 곳을 향한다. 소롯길에 안나가 비에 잔뜩 맞은 채 쓰러져있자 오빠는 사람을 불러오겠다며 뛰어가고 사야카는 울먹거리며 안나를 꼭 끌어안는다.
그날 밤 고열에 시달리던 안나는 꿈 속에서 습지 저택으로 향한다. 자신을 버린 마니를 용서할 수 없다며 분노한 표정으로 2층 파란 창문의 방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곳에 마니가 나타난다.
다급한 모습으로 창문을 열어보려 하지만 열리지 않자, 마니는 장식품으로 문고리를 부수고는 창문을 활짝 연다. 마니가 안나, 사랑하는 나의 안나라며 외치자 무표정했던 안나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왜 자신을 버리고 갔냐며 마니에게 분노를 토해내는 안나. 마니는 그 땐 안나가 곁에 없었다며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이내 마니는 이제 저택을 떠날 시간이 되었다며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한다.
마니의 눈가에 방울방울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자 무표정했던 안나의 얼굴에도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마니를 용서하겠다고, 사랑하는 마니를 영원히 잊지 않겠다며 울먹거리며 외친다. 마니는 그런 안나의 외침에 눈물이 흐르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띄운다.
이내 거친 바람이 일어 수면에 거대한 파도가 일기 시작한다. 안나가 가까스로 풀숲을 잡아채 땅에 올라서자 날이 환하게 개며 햇살이 습지 저택을 밝게 비추기 시작한다. 안나가 저택의 창가를 바라보자 그 곳에는 따스한 웃음을 짓는 마니가 서 있었다.
비가 그친 화창한 어느 날, 세츠 이모의 집에 사야카가 놀러온다. 사야카는 병문안 선물과 함께 방에서 찾은 찢어진 일기의 페이지들과 풍경화가 그려진 조그마한 캔버스를 안나에게 건넨다. 그림의 뒤를 보라는 사야카의 얘기에 뒤집어보자 마니에게 히사코가 라는 문구가 쓰여있었다.
안나는 사야카와 함께 해변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여인, 히사코를 찾아가 마니와의 관계를 얘기해달라며 부탁한다.
히사코는 마니와 어릴 적 친한 소꿉친구였었다고 한다. 유복한 집에 태어나 매일같이 열리는 파티이야기를 즐거운 듯이 이야기했지만 부모님의 관심을 받지 못해 마니는 무척 쓸쓸해했다고 했다.
집 안에서도 가정부의 괴롭힘을 받던 마니는 삿포로로 이사가서 소꿉친구인 카즈히코와 결혼하였으며 어린 시절 마음의 상처를 입은 마니를 카즈히코가 지탱해주었다고 했다. 이후 마니와 카즈히코의 딸 에미리가 태어나 잠시간의 행복을 누렸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인 카즈히코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마니는 큰 병을 얻어 돌봐줄 사람이 없는 에미리를 어쩔 수 없이 기숙사학원으로 보내게 된다. 초등학생 때 마니의 곁을 떠나 13살에 돌아온 에미리는 무척 반항적인 성격으로 변해있었고 성인이 된 이후 집을 나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게 되었다.
얼마 안가 마니의 집에 전화가 걸려온다. 에미리 부부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마니는 손녀딸을 거둬 이 아이에게는 외로운 일을 겪게 하지 않겠다며 다짐했다고 했다. 하지만 딸의 사망 소식으로 인한 쇼크로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쯤 마니는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슬픈 이야기에 안나와 사아캬는 눈물을 흘린다. 히사코는 마니가 습지 저택의 창가에서 보는 풍경을 좋아했으며 외로웠지만 항상 웃으며 열심히 살아가려 노력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히사코의 이야기에 안나는 슬쩍 미소를 짓는다.
안나의 엄마 요리코는 딸을 데려가기 위해 세츠 부부의 집을 찾는다. 사아카와 장난치며 웃는 모습에 요리코는 안도의 미소를 짓는다. 이후 요리코는 눈물을 흘리며 안나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일을 사과하지만 안나는 비로소 자신을 사랑하는 요리코의 마음을 이해하고 화해한다. 요리코는 안나에게 앨범을 정리하다 발견한 사진을 건네준다. 습지 저택이 찍힌 빛이 바랜 사진을 보며 요리코는 안나가 자신의 집에 왔을 때 이 사진을 손에 꼭 쥐고 있었으며 안나의 할머니의 것이라는 얘길 한다.
안나가 빛이 바랜 사진을 뒤집어보자 뒷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의 사랑하는 집 -마니-
순간 안나는 습지 저택의 파티에서 마니가 자신과 함께 춤을 추며 불렀던 노랫소리가 떠올랐다.
그 노랫소리가 자신이 어릴 때 천식으로 잠에 들지 못하자 할머니가 불러줬던 자장가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안나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다 흐르기 시작한다.
할머니가 어렸을 적 자신에게 해주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상상 속의 마니를 만들어냈음을 안나는 그제서야 깨닫는다.
세츠이모의 집을 나서다 안나는 자신이 축제 때 험한 말을 하여 상처를 줬던 동네 아이에게 사과한다. 다음 번에 올 때는 바다쓰레기 청소를 꼭 같이 하는거라며 여자아이는 안나를 용서한다. 사야카와 뱃사공아저씨, 히사코에게도 작별의 인사를 건넨 안나는 문득 습지 저택을 쳐다본다.
그 곳에는 활짝 열린 창문 사이로 금발의 소녀가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다시 쳐다보자 하얀 커튼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었음을 알고 안나는 차 안으로 돌아온다.
슬며시 웃으며 스케치북을 펼치자 그 곳에는 빛 바랜 습지 저택의 사진과 함께 환한 모습의 금발의 소녀가 그려져 있었다.
3. 평가
추억의 마니는 일본에서 28만 5천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 치고는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경쟁작이었던 월트 디즈니의 영화 말레피센트가 1위를 유지하고 있었던 점 또한 흥행에 실패한 요인 중 하나이다. 한국에서는 37,228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했다.
하지만 섬세한 인물들의 감정묘사나 감동적인 스토리와 음악 등,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크게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일본에서 개봉한 2014년 당시 미야자키 하야오에 비해 추억의 마니의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가 비교적 인지도가 낮았던 점을 고려하면 비(非)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 중 수위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