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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천재 사기꾼 프랭크 애버그네일의 인생을 그린 작품으로, 관객에게 단순한 범죄극을 넘어 재능의 본질과 방향성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 영화는 ‘재능은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개인의 능력과 사회 시스템의 허점을 교차시키며 인간의 선택과 윤리에 대한 통찰을 전합니다.
우리는 이 영화에서 천재성과 범죄성 사이의 미묘한 경계, 그리고 그 안에서 재능이 어떤 방식으로 현실과 충돌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천재성은 선인가 악인가?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주인공 프랭크 애버그네일은 어린 나이에 위조 수표를 만들고, 조종사, 의사, 변호사로 위장해 수년간 FBI를 농락한 인물입니다. 그의 뛰어난 언변, 관찰력, 빠른 학습 능력은 감탄을 자아내지만 동시에 불안함을 유발합니다.
이처럼 ‘천재성’은 무조건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일까요?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는 않지만, 천재성이 반드시 도덕성과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프랭크의 재능은 그가 사회의 신뢰 구조를 파괴하는 데 쓰였고, 그 결과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의 행동은 단지 ‘재미’나 ‘모험심’ 때문이 아니라 부모의 이혼과 가정 붕괴, 그리고 경제적 압박 속에서 형성된 생존 전략이기도 했습니다. 즉, 재능은 본래 선도 악도 아니며, 그것이 사용되는 환경과 목적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 영화는 천재성과 도덕성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며, 재능이 사람을 구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능력만 있으면 된다’는 분위기 속에서 이 영화는 재능의 윤리적 사용에 대한 경고를 던지고 있는 셈입니다.
시스템은 왜 그를 막지 못했는가?
프랭크 애버그네일이 사회 곳곳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재능뿐만 아니라, 당시 사회 시스템의 허점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항공사, 병원, 법률기관 같은 곳이 그의 신원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외형과 말솜씨에 속아 넘어간 장면은 충격을 줍니다. 이 부분은 단지 한 개인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시스템의 허술함과 사회적 검증 장치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중요한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는 "서류"와 "권위"가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프랭크는 파일럿 복장 하나만으로 비행기에 무임승차하고, 의사 가운 하나로 수술실에 들어가는 등, 외형과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신뢰 체계를 완전히 무너뜨립니다. 이는 현대 사회가 얼마나 이미지 중심적인지를 꼬집는 비판이기도 합니다. 진짜 실력보다는 ‘그럴듯해 보이는 것’이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아이러니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결국 프랭크의 이야기는 개인의 사기극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겉모습에 속기 쉬운 구조인지를 보여주는 실험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닌 사회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담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객은 그의 행동을 보며 분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가 그런 사람을 만들어냈고 방치했다는 사실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재능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
‘재능은 어떻게 쓰이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은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프랭크의 사기 행각은 결국 FBI 요원 칼 핸러티와의 교류를 통해 변화의 전환점을 맞습니다. 체포된 이후, 그는 감옥에서 재능을 ‘사기’가 아닌 ‘보안 분석’에 쓰기 시작하며, 실제로 FBI와 협업하며 수많은 금융 사기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게 됩니다.
이 변화는 재능의 방향성이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재능은 본질적으로 중립적입니다. 그것을 어떤 목적에 어떻게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이 영화는 천재성을 가진 이들이 단지 ‘빨리 돈을 벌기 위해’ 또는 ‘사회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그 능력을 악용하는 경우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하며, 동시에 그 재능이 올바른 길로 쓰였을 때 얼마나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도 보여줍니다.
프랭크는 결국 FBI에서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어 수년간 은행 사기와 위조 수표 관련 범죄 해결에 기여했고, 지금은 보안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속죄’의 개념이 아니라, 재능의 사회적 활용이라는 큰 맥락에서 볼 수 있는 긍정적인 전환입니다.
우리 역시 자신이 가진 재능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능은 빛나는 칼날과 같아서, 제대로 사용하면 사람을 살릴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치명적인 무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재능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프랭크 애버그네일의 이야기는 단지 놀라운 실화를 넘어, 우리 모두에게 ‘당신의 재능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이 순간, 나의 능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쓰이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