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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5원소 포스터영화 제5원소 리마스터링 감독판 포스터

 

 

1997년 뤽 베송 감독이 선보인 SF 걸작 <제5원소(The Fifth Element)>는 독창적인 세계관과 미장센, 그리고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로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액션 SF가 아니라, 시각적 상상력과 미래적 디자인이 총집합된 예술 영화로도 평가받는다. 특히 미래도시, 의상디자인, 영화미학이라는 세 요소는 <제5원소>를 독보적인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핵심 포인트다.

 

이 글에서는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제5원소>의 명장면과 시각적 특징을 분석해본다.

 

 

미래도시가 만든 시각적 충격

<제5원소>의 첫 장면부터 관객은 단숨에 영화 속 미래 세계에 몰입하게 된다. 하늘을 가득 메운 자동차, 고층 빌딩 위를 떠다니는 광고판, 그리고 인간과 외계 종족이 함께 어우러지는 도시의 모습은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적인 ‘문명’처럼 보인다. 이 같은 디테일은 뤽 베송 감독이 프랑스 출신 만화가 장 지로(메비우스)와 협업하면서 구체화되었다. 메비우스는 프랑스 SF만화계의 전설적 존재로, 이 영화의 배경 설정에 깊이 관여했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주인공 ‘코벤’이 회사에서 도망치는 도중, 공중을 나는 택시로 고층 건물 사이를 미친 듯이 질주하는 시퀀스다. 이 장면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공간의 입체적 구성과 3차원적 도시계획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장면으로, 현대 도시디자인이나 스마트시티 구상에까지 영감을 준 사례로 회자된다.

 

또한, 뤽 베송은 이 도시를 단순한 배경으로만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미래의 사회구조, 경제, 문화, 기술적 발전상까지 모두 고려하여 유기적으로 살아 있는 도시를 만들고자 했다. 이 같은 도시 설계는 오늘날 SF 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세계관의 깊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장 폴 고티에가 만든 패션의 미학

<제5원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독특하고 파격적인 의상이다. 이는 프랑스 하이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가 영화 전체의 의상을 맡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고티에는 수백 벌에 달하는 의상을 직접 디자인하며, 단순한 코스튬이 아니라 ‘캐릭터를 확장하는 의상’이라는 철학을 반영했다.

 

주인공 ‘릴루’(밀라 요보비치)가 입은 밴디지 스타일의 흰색 스트랩 의상은 영화사에서 손꼽히는 상징적인 디자인으로 남았다. 이 옷은 릴루가 ‘제5원소’로서 인간과는 다른 존재임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동시에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강렬한 이미지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미래 경찰복, 맥도날드 점원의 복장, 우주선 승무원들의 옷 등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의상이 고티에 특유의 아방가르드 감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 예컨대, 승무원들의 옷은 마치 런웨이를 연상시키지만, 우주 환경에 대한 상상력도 담고 있어 실용성과 예술성의 경계를 허문 디자인이다.

 

고티에는 이 영화를 통해 패션이 단순히 캐릭터를 꾸미는 도구가 아니라, 세계관을 전달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로 인해 <제5원소>는 ‘의상이 곧 서사’인 영화로 불릴 만큼, 시각적 아이덴티티가 강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영화미학으로 완성된 SF 예술

<제5원소>는 단순한 SF 장르를 넘어 ‘시각 예술’로서의 영화’를 완성한 대표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영화의 미학적 핵심은 ‘과장된 색채’, ‘디테일한 미술’, ‘사운드와 조명의 결합’ 등 다양한 영화적 요소의 조화에 있다. 이는 뤽 베송 감독의 독특한 연출 방식에서 기인한다.

 

우선 색채감에서 <제5원소>는 유난히 선명하고 강렬한 원색계열을 많이 사용한다. 특히 오렌지, 파란색, 노란색이 많이 활용되며 이는 각 캐릭터의 성격, 에너지,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다. 릴루의 주황색 머리, 블루드래곤 가수의 파란색 피부, 코벤의 무채색 복장 등은 캐릭터와 색채의 일체화를 보여준다.

 

또한, 영화 중반 ‘디바 플라바라구나’가 부르는 아리아 장면은 <제5원소>의 미학적 정점을 보여준다. 이 장면은 단순히 성악이 흐르는 배경이 아니라, 우주적인 감성과 인간적 감정이 동시에 터져 나오는 시청각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여기에 CG로 구현된 디바의 신체 움직임과 파편화되는 조명은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감각을 자랑한다.

 

음향과 조명 또한 미학의 일부로 적극 활용된다. 예컨대 릴루가 알파벳을 빠르게 학습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는 배경음악이 점점 격정적으로 고조되고, 화면의 조명도 주황색에서 푸른빛으로 변하면서 감정선의 변화까지 시각적으로 전달된다. 이는 감정, 리듬, 조명, 색채가 하나의 미장센으로 통합된 명장면으로, 이후 수많은 SF 작품에 영향을 끼쳤다.

 

<제5원소>는 단순한 SF영화가 아니라, 시각적 창의성과 영화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예술 작품이다. 미래도시의 디테일, 장 폴 고티에의 의상디자인, 그리고 색채와 조명이 결합된 시각적 연출은 지금까지도 많은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SF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제5원소>를 통해 시각예술의 매력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시간을 초월한 창의력과 예술성을 마주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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